아날로그 시계, 디지털 시계





군시절 백일휴가를 나왔다가 복귀하기 전 시내에서 시계를 사서 바꿔차고 들어갔다.

며칠 후 고참과 함께 탄약고 근무를 서는데 구석에서 자다 일어난 고참이 몇시냐고 물어봤다.

내가 차고 있던, 복귀 전에 사서 차고 들어간 시계는 위 사진과 비슷한 바늘 시계였다.

캄캄한 초소 안에서 야광도 아닐뿐더러 달도 뜨지 않은 밤이었기에 오른쪽 가슴에 차고 있던 p-96k라는 무전기의 빨간 불빛에 시계를 갖다 대고 시간을 확인하고 얘길해 주었다.

이런 후임의 행동 하나하나 따뜻한 관심을 갖고 있던 고참 덕분에 다음날 갈굼을 당했다. 개념이 없다거나 이것 저것 안 좋은 소릴 들었었다.

바늘시계를 차고 들어간 건 다른 이유는 아니었다.

내 경우, 바늘 시계를 보면 그 시간만 보는 게 아니라 분침이 지나온 시간이나 분침이 지나갈 시간을 시계의 원을 보며 감을 잡는 거다.

'10시 10분이니까 11시까지 어느 정도 남았군..'하는 식이라던가, '이거 하는데 바늘이 이만큼 움직였구나..' 하는 식으로.

하지만 전자시계의 경우 내가 시계를 보는 그 시간만 보인다. 특정 시점을 기준으로 시간이 얼마나 흘렀는지, 남은 시간을 얼마나 배분할 수 있는지..이런 것들을 시계를 보며 머릿속에 그리기 어렵다. 아니, 불가능한 거 같다.

사족을 달자면 바늘시계는 과거와 미래를 보는 "이상"이라고 한다면 전자시계는 현재에 충실한 "현실"이라고 할까..

아날로그와 디지털도 비슷하려나..

뭐 물론 마지막 사족은 개소리지만.

일 끝날 때쯤 예전에 생각한 내용이 떠올라 까먹기 전에 주절 주절 올려본다.



꾸물

딴지일보 마빡을 만드는 정착왜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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