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젊은 88만원 세대와 단상




이 그림을 그릴 때가 서울시 무상급식 투표율이 못미쳐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시장직을 물러나고 한나라당의 나경원, 무소속의 박원순의 2강 구도로 시장 선거를 다시 할 때였다. 결과는 20-40세의 압도적 지지를 얻고 박원순 후보가 시장이 되었고.

2007년 대선 당시 시민들의 인터뷰 내용이 기억난다.

김대중, 노무현 정부 때문에 사는 게 더 힘들어졌다고, 공무원만 늘어났다, 카드만 만들어냈다 등등. 그리고 이명박은 경제에 대해 잘 알고 서울시장 잘 했으니 서민경제도 나아지게 만들어 줄 거라고.

인터뷰 외에 어느 방송사 뉴스에선 시민들을 상대로 다른 후보자의 공약을 갖고 시민들을 속이는 실험도 했었다. 자신이 지지하는 후보자의 공약이 무엇인지도 모른 채 네임밸류나 막연한 기대감만으로 맹신하고 있었다.


다시 지난 서울시장 보궐선거 얘기로 돌아오자면,

박원순 후보가 당선이 돼서 다행이기도 했고, 한나라당을 추락시켜 버려서 좋았지만, 마음 한 켠으론 불안감도 없지 않아 있었다.

단순, 막연한 기대감으로 젊은 세대들이 선택한 건 아닐까 하는 것이었다. 물론 젊은 세대들이 '무언가 잘못됐다. 고쳐야 한다'라는 생각을 갖게 끔 만든 것 자체가 문제겠지만, 막연히 살기 좋아질 거라고, 세상이 바뀔 거라고, '저 사람은 이 힘든 세상, 취업난을 해결해 줄거야' 생각하는, 이명박 때의 그것 말이다.

얼마전 백지영의 끝장토론에 각 당대표와 20대 젊은이의 토론이 방송되었다는 이야길 듣고 찾아 보게 되었다. 내가 본 건 한나라당 홍준표 대표와 20대의 자리였고, 처음엔 홍준표 의원이 미친듯이 까이고 곤혹스러워 하는 모습을 보고 싶었는데 방송을 계속 보고 있으니 좀 객관적으로 변하게 되더라.

그도 그럴 게 토론이란 자리에 뽑혀 나왔다는 사람들의 자세가 단순히 한나라당을 욕하고 질타하고 실패할 것이다 식으로 이야길 끝맺어 버리는 식이었다.

이에 대해 홍준표 대표도 토론이란 게 각기 다른 입장의 사람들이 자신의 생각을 이야기하고 듣는 자리 아니냐며 답답해 했다.

결정적으로 한 여성 토론자.

토론의 주제는 FTA문제였다. 한창 열띤 토론이 이루어 지는 상황에 한 여성 토론자가 발언권을 얻어 일어나 말하길,

"지금 젊은 사람들이 취업도 못하고 힘든 상황에 FTA가 문제냐, 빨리 이 취업난을 해결할 정책이나 방안을 애기해라."

라고 하더라.

토론을 지켜보고 있던 나는 그 상황을 의심했다. 저게 지금 뭐하는 거지...? 

취업난에 대한 토론이 FTA 만큼 비중있게 다뤄지진 않았지만 그래도 토론 중간에 저렇게 끼어들어도 괜찮은가. 사회를 맡고 있던 백지영씨도 이에 대해 주의를 주고 어떻게 넘어가긴 했다.

그 토론자의 자질이나 토론 자세도 문제지만 취업에 대한 사안을 정부에서 해결해 달라는 어리광으로까지 보이게 됐다. 그 학생은 자신이 뭘 하고 싶은지 꿈이나 목표가 있었을까? 이러 이러한 자신이 하고 싶은 일 쪽은 취업의 사각지대 라던가, 현실적 문제 등등의 이야기를 했으면 그래도 '얼마나 절박했으면 관련 주제가 아님에도 얘기 할 기회가 없을까봐 그랬을까' 했겠지만...

아마 내 눈에 고깝게 보여서 그랬을까, 



예전에 친구들과의 술자리에서 작가로 활동하는 한 친구가 이런 얘길했다.

"주변에 한 작가가 돈이 되는, 상업적인 그림을 그리며 '영혼을 팔았다'고 얘기하더라."

그 사람이 스스로 그렇게 생각했다면 그런 걸 테지만, 어학 공부를 할 때 만난 한 선생님의 경우를 보면 좀 달리 생각해 보라고 말하고 싶었다. 그 선생님은 음악을 하고 있는 사람이었는데 아무래도 음악만 하기엔 현실적인 생활고에 시달리지 않을 수 없었다.

그래서 선생님을 하면서 생활비를 벌고 나머지 시간엔 음악을 하는 사람이었다.

거긴 외국이니까. 한국이랑 다르지 않냐. 할지도 모르겠다. 뭐 그럴 수도 있겠지. 그럼 그렇게 생각하고 정부탓 외국 짱 하면서 노력도 하지 말고 당신 하고 싶은 거나 하면서 질질 짜고 있어라.

그리고 그런 얘기하는 사람들에게, 취업난 어쩌고 하면서 남탓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묻고 싶다.

"당신이 원하고, 하고 싶은 것, 꿈은 무엇인지, 당신은 도대체 얼마나 노력하고 그딴 푸념을 늘어놓는 건가요?"

하고 싶은 일을, 당신의 꿈을 국가에서, 기업에서 당신 입맛에 맞게 만들어 주고 당신은 숟가락만 들고 떠 먹겠다는 것인가?

우리나라의 구조 자체가 꿈도 못 펼쳐보이고 쓰러지게 된다는 점엔 동의하고 있지만 그렇기 때문에 쓰러지지 않고 편하게 대기업부터 시작하고 싶은 '몇몇' 88만원 세대들을 난 동정하고 싶지않다.

학연, 지연, 혈연 등등 아직도 존재하는 부조리함을 탓하며 앉아서 욕만 하는 노력과 , 열정으로 일을 시작한 사람들의 노력을 무시하는 일이 아닌가 한다.



꾸물

딴지일보 마빡을 만드는 정착왜구

댓글 쓰기

다음 이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