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루셔니스트 (The Illusionist 2010) - 실뱅 쇼메 (Sylvain Chomet)
친구집에 놀러갔다가 예고편을 우연히 보게 되었는데, 예고편만으로도 날 극장으로 이끌기엔 충분했고, 바로 그 주 주말에 보러갔다. 유명한 디즈니나 픽사, 드림웍스나 일본 애니메이션 혹은 애국심에 호소하는 한국애니메이션 같지 않아서 상영관이 극소수였는데 이 영화 덕분에 오랫만에 광화문 씨네큐브에 들릴 수 있었다.
좀 새는 얘기일지는 모르겠지만 광화문 씨네큐브엔 눈살 찌푸리게 만드는 관객이 없어서 좋고 무엇보다도 상영시간을 칼같이 지켜준다. 물론 그렇기 위해서 광고는 개나 줘버렸다. 쵝오!!
많은 수의 객석을 갖고 있지 않고 매번 만석으로 꽉 들어차지도 않기 때문에 조용하고 소수정예의 느낌을 받을 수 있다.
많은 수의 객석을 갖고 있지 않고 매번 만석으로 꽉 들어차지도 않기 때문에 조용하고 소수정예의 느낌을 받을 수 있다.
암튼..
난 이 감독에 대해 기본 정보가 한 개도 없으니 영화 얘길 하자면, 우선 가장 눈에 띄고 대단하다 생각되는 부분은 역시나 애니메이션의 작화 퀄리티이다. 그림을 그려 본 사람이라면 개인의 스타일, 취향을 떠나 얼마나 공들이고 잘 그렸는지 할 말을 잃게 만들게 될 거다.
인물의 작화와 움직임도 더할나위 없이 훌륭했지만 개인적으론 영화 전체에서 느껴지는 손맛나는 배경에 엄지 손가락을 3개라도 들어주고 싶다. 어둠이 내리거나, 해가 뜨면서 바뀌는 빛과 구름과 안개, 바람. 자연표현은 정말 그 날씨가 느껴질듯 표현했고, 도시나 시골풍경, 혹은 야경이나 실내의 조명과 빛이 들어오는 그런 모든 모습들 역시 나무랄데 없이 잘 나타냈다.
뭐 내가 워낙에 손맛 느껴지는 드로잉의 느낌을 워낙에 좋아해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어느 누구도 이 영화의 배경엔 불만이 없을거라고 내 왼쪽발 뒤꿈치 굳은살을 걸고 얘기할 수 있다.
난 지금 다니고, 일하고 있는 회사 다니기 전 조그마한 애니메이션 스튜디오에서 일을 했었다. 나야 애니메이션에 대한 전문적인 기술이나 지식이 부족하기도 했었고 업무가 다른 이유도 있었지만..(꼴에 콘티,기획 일을 했으니까..) 기획된 내용을 실제 애니메이터 분들이 작업하는 모습이나 그 작업물을 보면 우리가 쉽게 쉽게 보고있는 애니메이션이 얼마나 많은 사람, 과정을 통해 만들어지는지 놀랐었다.
이런 어려움과 시간, 비용 문제, 편의성, 기술의 발전과 함께 요즈음엔 애니메이션이 점점 3D화 되어가고 있고 그 수 역시 많아지며 지금 어린세대들에겐 그쪽이 더 익숙할지도 모르겠지만 사람의 손으로 만들어 내는 화면은 -3D 그래픽이 절대 못따라온다고 말은 못하겠지만- 확실히 컴퓨터로 만들어내는 느낌과 확실히 다르다는건 말할 수 있다.
물론 이 만화에서도 일일이 그 각도를 돌려가며 그리기 힘든 복잡한 구조물들은 3D로 만들어 합성했지만 전체 화면의 인물과 색, 배경속에 자연스럽게 녹아들어 있다.
영화 내용에 관해선 다른 블로거들의 리뷰가 쎄고 쎘으니 게다가 난 그런 거 쓰기 좋아하지도 않고. 그냥 시나리오가 약간 아쉬운 점이 있긴했다. 등장인물의 행동과 감정, 점점 변해가는 것들.. 등 이런것에 대한 납득이 조금 부족하지 않았나 싶었다.
그걸 제외하고는 잔잔하게 오랫동안 여운이 남는 수작이라고 말하고 싶다.
좀 덧붙여 얘길하면 대사가 거의 등장하지 않거니와 사실상 그 대사를 듣지 못한다 할지라도 영화를 이해하는데 그다지 문제가 되진 않는다. 그만큼 캐릭터의 연기와 연출만으로 내용을 이끌고 가는 능력과 완성도가 뛰어나다는 얘기가 될것 같다. 관심이 생겨 감독의 다른 작품도 찾아보니 참 색깔있는 사람이란 생각이 들었다.
또 하나, 영화가 끝나고 엔딩 크레딧이 올라갈 때 보니 우리나라 하청회사가 은근히 등장하더라. 아직까지 애니메이션 하청쪽에선 우리나라가 뛰어난 듯 싶기도 하고 기획과 자본이 언제나 문제인게 씁쓸하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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