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이었는지 기억도 안나고 굳이 검색해서 언제였는지 찾기도 귀찮고. 아무튼 미국 소고기 수입이 통과되고 광우병에 대한 우려로 많은 시민들이 시청, 광화문에 모여 촛불집회를 하고 대치하던 경찰 병력과 충돌이 일어날 때였던 걸로 기억한다. 암튼 그때 생각난 걸 만화로 그리려던 걸 컴퓨터 하드를 뒤지다가 발견했다.
당시 집에서 백수 생활을 하고 있어서 저녁은 꼬박꼬박 부모님과 같이 먹었는데, 아버지 퇴근 시간 때문에 거실 TV로 SBS 8시 뉴스를 틀어놓고 밥을 먹는 경우가 많았다. 그날도 어김없이 뉴스 틀어놓고 저녁을 처묵처묵 하다가 위에 적어놓은 집회참여자와 경찰 병력간 충돌이 메인 뉴스로 나오고 있었다.
아버지는 평소 귀로만 뉴스를 들으시고 식사를 하셨는데 이때는 잠시 숟가락을 놓고 뉴스를 응시하셨다. 뉴스는 과격한 집회 참여 시민의 모습을 담는 장면이 많았다.
이에 아버지는...
-아, 아버지는 꽤나 보수적인 분이시다-
"저런 놈들 다 빵에 가둬버려야지!! 다들 빨갱이 새끼들 아냐??!!!!! 어떤 놈들이 다 사주하고 저런 짓거리 하는구만!!"
하시며 역정을 내셨다.
난 그런 아버지가 답답한 마음도 있었고, 저 썩을 미디어들에 대한 분노도 치밀었다. 그냥 먹던 밥 다 먹고 방에 들어가려다 사각 팬티와 수 년은 더 된 체크 남방에 구닥다리 거실 컴퓨터로 새 글도 잘 올라오지 않는, 몇 번을 가르쳐 드리고 설명해 드려서 겨우겨우 드나드시는 친목 카페를 힘겨운 클릭으로 돌아다니시는 아버지를 보니 뭔가 씁슬해졌다.
내가 아버지보다 가방끈 길고 배운 게 많다고 여겨서 뉴스, 신문을 그대로 믿어버리시는 아버지를 답답하다고 생각하다가, 겪어 본 시대나, 시간이나 아버지의 반도 살지 못한 당시의 내가 참 건방지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믿고 따르는 게 정의란 게 어디있겠나...
소위 강남에 잘 사는 사람들이 특정 정당 지지하는 게 그들에겐 정의가 될 수 있는 거고.. 예전 대선 때 한 재래시장 아주머니가 누구의 공략인지도 모른채 MB짱!! 외치며 잘살게 해달라고 응원하던 모습에 치를 떨기도 했지만 우리 아버지나 그 아주머니나 자신의 한 표를 행사했으면 그들은 자격이 있는 거고 거기에 함부로 말할 순 없는 게 아닐까...
아무튼
위에 올려 놓은, 그리려던 만화의 결말은 그렇게 방으로 들어가 오래전 가입한 사이트에 접속하려다 비밀번호가 기억나지 않아서, 비밀번호 찾기 힌트 질문을 찾아봤는데, "가장 존경하는 인물" 이란 질문이었다.
물론 정답은, 아버지였고. 그렇게 만화가 끝나는 병맛임.
거의 콘티 상태로 있는 거 완성해서 올린다고 다짐했는데 게을러서 아직 안그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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