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심





군대에서 만난 특이한 녀석이 있다.

글 쓰는 걸 아주 좋아하는 녀석이었다.

전역하기 전날 밤 뽀그리를 끓여먹으려는 날 부르더니 이것 저것을 묻기 시작했고..

내가 대답한 내용들은 말줄임표까지 고스란히 녀석의 수첩에 기록됐다.

그리고 1년여가 지난 어느날 녀석의 홈피엔

나를 포함한 20여명의 사람들에게 녀석이 그렇게 묻고 적었던 내용들이

정리되어 간지나게 올라와 있었다..

특정한 동일질문에 대한 사람들의 대답들이었다.

물론 그 정리된 글엔 나의 대답도 있었고.


질문내용: 언제 가장 행복함?

나의 대답: 그림 그릴 때, 딴 생각이 안 날 때.

어느 정도 예상한 답이었지만..

그 부분을 읽을 때 순간 얼굴이 화끈거렸다.

1년여간을 잊고 살았다. 그림을 그리면 행복해진다는 걸.

그래.. 난 그 이후에 그림을 그리며 행복했는가?.... 모르겠다.

아님 아예 행복해지기 위해 그림을 그렸는가? 그것 역시도 아니다.


가끔 사람들은(나를 포함하지만 '우리'라곤 하지 않겠다) 무엇을 하면 행복한지를 잊고 살아가고 있는 것 같다.

그림쟁이에게 있어선 그게 되겠지만..

-그림 그리는게 행복한가?-


새벽 2시에 펜을 잡고 그냥 그렸다.. 어떤 사람인지.. 어떤 상황인지..왜 그리는지..

생각하지 않기로 하고 그렸다..

그리고 의무감이 들 때 즈음에 펜을 놓았다.

25분간의 드로잉.

행복하진 않았다.



꾸물

딴지일보 마빡을 만드는 정착왜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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