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이라고 또 늦게까지 쳐 자다가 하루를 보낼까 두려워 12시쯤 되는대로 눈을 뜨자마자 벌떡 일어나서 과천 서울 경마공원에 다녀왔다. 물론 경마로 도박해서 한탕 크게 벌어보자가 아니고, 집에서도 가깝고 거기 공원이 잘 꾸며져 있다고 해서 사진이나 찍을겸 마음먹고 있었다.
지하철 4호선을 타고 경마공원 역에서 내려서 1번 출구로 나가면 경마장 입구까지 커다란 천막(?) 비스무리한 게 길게 이어져 있는데 그 길로 사람들 가는대로 따라가다 보면 입구가 나온다.
평일엔 무료라 하고, 경기가 있는 주말엔 아이는 무료, 성인은 800원의 입장료만 내면 된다.
그렇게 입구로 들어가면..
이런 트랙이 보인다.
경기를 뛸 경마와 기수가 트랙을 돌면서 간지를 뽐내며 대강의 컨디션을 사람들에게 보여주는 용도라고 하는데 봐도 말들은 크고 길뿐이요 기수분들은 좀 외소한 모습.
뭐 나같은 사람들은 동물원보다 더 가깝게 말을 볼 수 있다는 게 신기할 따름. 그것도 기럭지부터 다른 간지말들을. 제일 앞에 앉아서 남들 말이랑 기수분들 유심히 지켜볼 때 난 사진찍고 구경하다 일어났음.
여길 지나서 졸라 커다란 경마장 건물을 바라보고 왼편으로 박물관이 하나 있는데 꽤 괜찮은 자료가 많이 있으니 나처럼 놀러와서 시간 많은 사람은 한번쯤 들러봐도 좋다.
옛날, 말에 채우던 장식용 마구와 발걸이, 방울 등등. 옛날 물건이지만 디자인 정말 끝내줌.
그 외 말을 주제로 만든 북방 유목민들의 생활 토기. 위에 보이는 기마 인물형 토기는 국사책에서 많이 본 기억이 있다. 저래뵈도 국보 91호임.
그리고 밑에 보이는 말모양 토기는 예전 하늘에 제사를 지내던 시절 닭, 염소 처럼 작고 비싸지 않은 제물은 그냥 잡아서 바쳤지만 말과 같이 크고 비싼 제물을 올릴 땐 저렇게 흙으로 빚고 구워서 모형을 제사에 썼다고 한다. 밑에 다섯 말탄 나무 조각상은 다섯 방위를 지키는 신으로서 오방신장이라고 하며 동의 청제(靑帝), 서의 백제(白帝), 남의 적제(赤帝), 북의 흑제(黑帝), 중앙의 황제(黃帝)로 이루어져 있으며 액을 소멸하는 일을 한다고 한다.
아무튼, 박물관은 내용도 좋고 큐레이터 누님도 예쁘고 상냥하니 되도록 들를 것을 추천한다.
제일 위쪽 사진의 해피빌 건물 안쪽에서 시험볼 때 써도 될 것 같은 OMR카드에 자신이 베팅하고자 하는 지역 경마장(서울,부산경남,제주..아마도)과 몇번째 경기인지, 단식,연승.. 몇번 말..어쩌구 저쩌구... 잘 몰라서 제일 예뻐보이는 창구 직원 누나에게 물어보고 안내 데스크에 가서 그 중에 또 제일 예뻐보이는 직원 누나에게 1등 말 고를 거고 여기서(서울 경마공원) 경기하는 걸로 다음 경기가 뭐냐고 물어봐서 럭키 넘버 5. 칸의 영웅이란 말에게 올인.
전광판에 보면 1등 했을 때 26배를 받게 된다는.. 나중엔 21배로 낮아졌지만.
결과는 2등!!!! 막판 직선 코스에서 거의 8등에서 부터 치고 나와 아쉽게 2등을 했는데 정말 멋있었음. 1등했으면 더 멋있었을지 모르겠지만... 재미있는 사실은 전광판에서 보이듯이 2번 경주마의 배당률이 제일 낮은데 (단식 2.2배) 그만큼 사람들이 2번 말에 많이 걸었다는 얘기다. 그리고 저 2번 말이 1등을 했다.
올인한 1000원, 불우이웃 돕기에 썼다고 생각하고 트랙 중간에 있는 가족 공원으로 이동했다. 실제로 사람들이 베팅한 돈의 일부 금액은 나중에 사회에 환원된다. 복권이랑 비슷한 것 같다. 지난해 환원 금액이 150억 정도라고 써져있는 걸 건물 내부에서 우연히 본 것 같다.
경기가 시작되기 전 사람들은 (눈치작전인지 뭔지 모르겠지만) 창구가 있는 건물 내에 있다가 마권구입 마감 얼마 안 남기고 창구에 몰려 마권을 구입하고 경기가 시작되기 전 건물에서 나와 경기를 지켜본다.
경마장 트랙의 안쪽엔 가족 공원이 조성되어 있는데 축구장, 장미화원, 포니랜드, 인라인-자전거, 여름엔 바이크보트(?) 등등 갖가지 가족, 연인들이 즐길 수 있는 공간이 꽤 넓게 갖춰져 있었다. 난 사람 별로 없겠지 하고 놀러간 거였는데 사진에서 보는 것과 같이 경마를 보는 사람이 저렇게나 많이..
건물 안에도 저 정도의 인원이 있다고 보면 될듯. 이쪽 안쪽 공원엔 보통 가족, 친구, 연인 사이의 사람들이 나와서 잔디밭에 돗자리 펴놓고 도시락을 먹거나 즐기는 편인데 주말엔 역시 사람이 많은듯 하다. 평일은 잘 모르겠고.
그리고 이렇게 마사회에서 시민들을 상대로 공원과 시설을 운영할 수 있는 건 모두 경마장에 와서 돈을 걸고 돈을 잃는 사람들 덕분(?)이라고 하니 음...
나도 경마장에 이렇게 사람이 많이 오고 거액의 돈을 베팅하는 모습을 보고 적잖이 놀라움을 감출 수 없었는데 한편으로 여기에 쓰는 돈이 시장에서 돌고 돌면 좀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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