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앞에서 불법주차로 과태료부과 및 견인조치 그리고 공무원




형이 자신이 타던 차의 할부가 끝나고 새 차를 사게 되면서 나에게 타던 차를 팔았다. 거의 공짜로 받게 되었지만 예정에도 없던 일이었던지라 우선 살고 있는 집 옆에 (이 집에 살지 않아도 빈자리라 동네 사람들은 알아서 이 집 옆에 대고 있었다) 주차를 했다.

차를 받고 바로는 아니고 건물 내 주차장에 대놓고 있다가 나중에 시골에 살고 계신 주인아저씨가 오시면 댈 곳이 없을 것 같아 마침 자리가 난 틈을 이용해 집 옆에 주차해 놓았다가 다음날 하루만에 불법주정차 과태료부과 및 견인조치 되었다.

불안한 마음에 그냥 회사 주차장에 주차해 놓고 필요할 때만 회사까지 가서 차를 끄는 생활을 하다가 이직을 준비하면서 다니던 회사를 그만 두고 3개월 동안 주차해 놓았던 자동차도 끌고와 집 옆에 대 놓았다. 집에서 포트폴리오 및 그림연습을 하고 있는데 차를 주차한 지 3일 만에 정확히 3개월 전 일이 벌어졌다. 문자메시지가 와서 확인해 보니 3개월 전과 똑같은 문자가 도착해 있는 게 아닌가...

화를 억누르고 다시 차를 찾아와 구청에 속된 말로 지랄을 했다. 진상 떨고 욕하고 큰소리 치고 한 건 아니고 조목조목 따지고 구청에서 들이대는 도로교통법을 인용해서 법 집행의 형평성과 과거의 구청측 답변을 바탕으로 논리적으로 공격했다. 국민 신문고 및 시청 민원센터, 구청 홈페이지에 억울함과 그들의 일처리를 적어 올렸다.

다음날 백수의 평화로운 아침을 깨우는 전화를 받아보니 구청 주차관리과 팀장이었다. 우리집에 온단다. 그러니 잠깐만 시간내서 봤으면 좋겠다고 했다. 백수지만 할 게 있어서 어렵다고 하니 사정사정 하며 잠깐이면 된다는 팀장의 수화기 넘어 다급한 목소리에 맘이 약해져 알겠다고 했다.

찾아온 팀장과 꽃샘추위가 기승을 부리는 봄날 집 앞에서 2시간에 걸쳐 주민의 한맺힌 공격을 했다. 물론 절대 화내지 않고 욕하지도 않고 떼를 쓰지도 않았다. 이미 3개월에 걸친 내공과 단속 당한 날 별의 별 시나리오를 구상해 공격할 만반의 준비를 끝냈기 때문에 정말 공손하고 웃는 얼굴로 (아마 그 팀장 눈에는 오히려 얄미워 보였으리라) 상황을 설명했다.

결과는 나의 승리로 돌아갔지만 과태료와 견인료는 다 냈다. 법을 어긴 건 어긴 거니까...


3개월 전에도 그렇고 또 같은 일이 이렇게 발생하고 특이한 케이스로 걸린 내 입장에서, 구청이나 그 외 나랏일을 하는 공무원의 일처리를 지켜보고 있노라니 그런 생각이 들더라. 내가 대학에 들어갈 때쯤, 그리고 어느 정도 머리가 컸을 때, 어른들이 그런 말씀을 하셨다.

공무원 만큼 좋은 직업이 없다고, 철밥통에 정년 보장 되고. 그래서인지 어느새 젊은 사람들은 대학에서 전공을 마치고 나서 공무원 시험 준비를 하기 시작했다. 취업이 어렵고, 취업해도 불안하고 더 좋은 조건을 따지고 해서인지 젊은이들의 꿈은 공무원이 되어버렸다.

자신의 일에 대한 의식도 열정도 없이 그 좋다는 공무원 자리에 앉아 있는 경우가 생겨서 인가, 내가 이렇게 겪어 본 일을 돌이켜 생각해 보면 행정시스템도 허술하고, 기준을 세워 놓아도 실제로 적용하자니 문제가 더 많고. 그걸 매뉴얼 대로 일부 공무원들은 책상에 앉아 지시만 내리고 있다.

답답하더라.



꾸물

딴지일보 마빡을 만드는 정착왜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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