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선거를 앞둔 어느날 아버지께서, '무조건 한나라당 뽑아라'라고 하셨다.
난 아니라고 했다. 정치, 경제, 사회에 대해 아는 건 쥐뿔도 없는 나였지만 한나라당은 아닌 것 같았기에..
이어진 아버지의 말씀은 좀 충격적이었다.
"그래도 예전 박정희, 전두환 시절은 그럭저럭 잘 살았다."
지독히도 보수적인 아버지의 성향이 싫은 나였다. 그리고 그런 아버지의 무지함이 싫었다.
나라고 아는 게 많은 건 아니지만.. 그래도 저건 아니다 싶었으니까..
얼마전 예비군 훈련을 다녀왔다.
언제나처럼 귀찮고 심심했는데, 대부분 잠자는 정신교육 시간에 보게 된 영상물이 신선했다.
작년까지 봐 오던 도대체 몇 년 전의 상황, 자료를 가지고 대한 늬우스 같은 나레이션으로 제작된 영상이 아닌, 그나마 최근에 만들어진 듯한..
어쨌든,
1945년 대한민군 독립
1948년 대한민국 정부 수립
1950년6.25전쟁 발발
그 후 인도 다음으로 못사는 나라 대한민국
1970년대 서독으로 간호사, 광부 파견
이 시기에 대한민국은 서독에게 돈을 좀 빌리려고 한다.
그에 대한 담보는 파견간 간호사, 광부의 임금.
열심히 일하는 대한민군 간호사, 광부를 위로하기 위해 박정희가 날아간다.
서독 대통령 앞에 파견간 노동자들은 눈물을 흘리며 "대한민국, 우리 대통령을 도와주세요"
그 후 중동으로 외화벌이를 나가고, 젊은 여성들은 섬유, 가발 생산 현장에서 일하며 이른바 한강의 기적을 이루어 낸다.
그리고 민주화 운동.
뭐 어찌 어찌 하고 IMF, 정권교체 블라블라..
우리나라도 70~80, 혹은 90년대까지 버블이 있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대강 저렇다고 했다. 그 외 구체적인 내용은 모르겠다. 70~80년대는 겪어보지 못했고 내가 기억하는 건 90년대와 이른바 밀레니엄 시대고.
책을 보고 공부를 하고 지식을 쌓아, 소위 가방끈이 아버지보다 길어봤자, 아버지가 겪은 시절을 알 수 있는건 아닐 거다. 말 안해도 알 만한 상투적인 얘기.
아버지 당신이 말씀하신, 그 좋았던 박정희, 전두환 시절.. 그냥 그게 다시 생각이 났다.
시시비비를 따질만한 내 지식이 충분하지도 않거니와 내가 평가하기도 웃기다는 생각이 잠깐 들었었다.
슬램덩크 만화 대사처럼 어짜피 난 아버지가 살아오신 세월의 반도 살지 못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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