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리밭을 흔드는 바람>
가치의 전쟁
날씨가 추워졌다. 이 추운 날씨에 지하철역 계단에서 구걸하는 사람과 그 옆을 찡그리며 지나가는-직업이 없어 보이는-값비싼 차림의 학생이 필자의 눈에 들어온다. 노숙자에 대한 비판이나 개인적인 편견을 접어 두고서라도, 곳곳에서 이런 불편한(?) 장면들을 보게 되면, 사회주의의 이루어질 수 없는 유토피아가 성공,노력 이라는 단어보다도 현실감 있게 다가온다.
<보리밭을 흔드는 바람>이라는 영화가 자본주의의 병폐와 사회, 계층 구조에 대한 실랄한 비판이 담긴 영화는 아니다. 오히려 자국의 독립을 위한 민족주의적인 요소가 많이 보이고 어찌보면 불안한 시대속 형제의 갈등 같기도 하다. 하지만 영화의 내용이나 이 모든 장면은 결국 자본주의라는 저변의 괴물이 전제가 되었기 때문에 일어난 일들이라 볼 수 있을 것이다.
1920년대 아일랜드는 옆에 있는 영국에게 침략 당한다. 영국으로 유학을 가려던 주인공(데미안)은 영국군의 아니, 영국의 야만적이고 폭력적인 장면 앞에 마음을 고쳐먹고 조국의 독립을 위해 싸우기로 한다. 친구들과, 형과 함께 영국을 상대로 투쟁한다. 체포와 총격이 오고가는 싸움. 고문과 처벌의 시간이 흐르고 정전이 발표 된다. 총칼의 전쟁은 없지만 실생활을 파고들 영국의 자본과 상권의 '침략'이 일어나게 된다. 이 부분에 있어 영화내에선 잘 표현되지 못했지만 같이 싸워 온 주인공의 형 테디가 급진주의자로 변화하며 결국 동생을 체포, 처형에까지 이르게 한다.
무엇이 형제 사이에 죽음을 불러왔고, 서로를 죽고 죽이며 싸우게 만들었을까. 그리고 이 모든 행동들은 자유의지의 산물인가? 감히 우리라곤 할 수 없지만 필자를 포함한 다수의 사람들은 알게 모르게 자유의지를 잃어 버리고 '돈의 제국주의'에 이끌려 살아가고 있다. 나이가 어떻든, 어떤 사람이든 그다지 중요하게 여기지 않는다. 이미 인간은 가격이 매겨져 있고 사람들은 자신의 가격을 높이기 위해 움직이고 있다.
냉전은 오래전에 끝났다. 하지만 올 겨울같이 더 춥고 매서운 '가치'의 전쟁은 냉전의 종식과 함께 이미 시작됐다. 이 영화는 그걸 일깨워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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